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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계신 곳은 저희가 살고 있는 이곳보다 훨씬 편안하실까요?
솔직히 저는 '신'을 믿지도 않고, 내세를 믿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결국 우리의 삶은 언제가 끝을 맺으면 그걸로 그냥 흙으로 돌아갈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만은 그게 아니였음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비록 당신이 하늘에서라도, 땅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당신을 추억하고, 당신을 위해 슬퍼하고,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거든요.
비록 당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세상이 헛되고 허무하다고 생각하셨겠지만, 바로 그런 결심을 내린 순간에 당신이 느꼈을 사람들을 향한 실망은 저는 짐작조차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당신의 삶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사람들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겪고 나서야 당신의 의미를 깨닫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단지 일상이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많은 이슈들 속에서 당신에 관한 언론보도를 그저 그러한 정치인의 그저 그러한 이야기로 치부하고 넘어갔지만 이제서야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저희의 미안함도 조금 덜할테니까요.


수많은 눈물이 당신의 영정사진 앞에, TV 속에 등장하는 당신의 모습에, 신문의 한 자락에서, 모니터에 펼쳐지는 당신의 이야기 앞에서 흐르고 있습니다. 저도 꽤 오랜만에 눈물을 흘렀습니다. 우린 왜 우리곁에서 당신이 있을 때 당신이 가진 소중한 의미를 깨닫지 못했을까요?


물론 아직 저는 당신께 섭섭한 부분이 있습니다. 당신이 해주길 바랬던 많은 일들이 당신의 시대에서 해결되지 못했고, 대통령이라는 자리에서 내려진 몇몇 결정은 당신이 한 일이라고 하기에는 우리가 가진 기대와 너무 많이 달랐습니다. 당신을 지지했던 사람조차도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변했나...란 생각을 했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봅니다. 우린 당신에게 그 자리를 맡기고, 단지 당신이 모든걸 알아서 할거라고 생각했었나봅니다. 당신은 대통령이란 자리에서 권력을 꽤 많이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우린 과거의 정권에서 보여주었던 권력의 잘못된 모습을 당신이 벗어던지는걸 한쪽에서 축하했으면서도, 당신이 과거의 그 정권에서처럼 밀어부쳐 해결해주길 바랬나봐요. 참 이중적이였죠? 사람들의 기대와, 국정운영이라는 현실, 당신이 꿈꾸던 이상 사이에서 꽤 많이 고민하셨을텐데... 그렇게 힘든 자리를 물러나오신 다음에도 편하지 못하셨다는 생각이 저희를 괴롭게 합니다. 당신이 봉하마을에 도착하셔서 '기분 좋다'라고 소리를 지르셨을 때 그 장면을 보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과거의 수많은 날들속에서 당신의 칭찬할 부분을 찾기보다, 당신을 비난하고, 당신이 이루지 못한 것들을 찾아내고, 당신을 무능하다고만 말하면서 지냈습니다. 그게 훨씬 손쉬웠거든요. 이제와 반성합니다. 당신이 거대한 기득권을 가진 언론과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을 때, 우린 그게 정치인으로써 하는 일상의 일으로만 치부했습니다. 검찰이 왜 정권의 눈치를 보는 기관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힘을 가져야하는지 당신이 이야기할 때... 그래서 당신은 평검사들과 대화를 하고 논쟁하고 있을 때에도 그게 그냥 대통령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나서, 우린 원래 우리가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생각지도 못한 논리로 인해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결국 하나둘씩 경험으로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최전선에서 싸울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던 저와 많은 사람들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믿지 못할 일들을 (그게 절대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까지도 짓밟히는 것을 보면서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습니다. 심지어 법원마저도 솔직히 누굴 위한 곳인지 잘모르겠으니 말이죠.
 

이제 당신은 더이상 우리 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모두 끝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일보 전진하기 위해서, 이보 후퇴한 것이라 생각해야겠죠. 이 모든 아픈 과정이 먼훗날 더 견고한 민주주의 시스템을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경험들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아마 역사는 당신을 제대로 평가하겠죠? 지금은 단지 당신을 '애도할 시간'이어야 한다고생각하지만, 그 즈음은 우린 당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겠죠. 당신도 한 사람의 인간이였고, 모든걸 다 잘할 순 없었을테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했던 많은 업적들도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을 미래를 기대하겠습니다. 진보와 보수라는 논리를 벗어던지면 당신은 정말 멋진 지도자이자, 우리의 대통령이였단 것을...


당신은 당신의 측근이었던 이에게 '정치를 하지 말라'고 하셨다지만, 저희는 이제서야 누군가 우리의 뜻을 아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지 않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당신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아마 당신은 한동안은 선거 때마다 회자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당신은 그 자리가 못내 불편하시겠지만, 우린 이렇게 당신을 놓아줄 순 없답니다. 자꾸만 2008년 12월이 후회됩니다.


폭군이 죽으면 그의 지배는 끝나지만, 순교자가 죽으면 그의 지배가 시작된다. - 쇠렌 키에르케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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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홍기 2009/05/27 21:02

    아름다운 글 잘 읽고 갑니다.
    끝 부분 쇠렌 키에르케고르의 말이 너무 와닿네요.
    그 불꽃이 모든 꽃이 다 진 후에도 여전히 그를 기억하는 이들을 통해
    그 내면에서 피어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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