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혼잡스러운 곳 중에 한 곳인 강남역 근처의 회사에서, 일본에서 가장 혼잡스러운 곳인 시부야까지, 어쩌다 그런 혼잡한 곳으로 옮겨 다니게 되면서 또 그안에서 사람을 지켜보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는 그런 재미를 몇 배 증가시켜주는 곳인 듯 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 한순간에 바뀌는 신호와 동시에 길을 건너는 인파, 각자의 서로 다른 목적지, 빠르거나 느린 발걸음, 그런 사람들의 무리를 신기한 듯 지켜보는 관광객들과 카메라들...  (단순히 혼잡한 횡단보도를 관광지 중에 하나로 만든 도쿄의 정치인들도 이런 점은 칭찬받을만 하군요.)

한편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건너면서,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은 오히려 신기한 일이란 생각도 듭니다. 혼잡한 횡단보도를 건넌다는 것은 내가 가는 방향과 같은 한 무리의 사람들과, 반대편에서 내가 있던 위치로 오려고 하는 또다른 무리의 사람들이 섞여서 각자의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각각의 방향을 가진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인다면 부딪힐만도 할텐데 말이죠...


각각 좌측, 중앙, 우측의 방향을 이동하는 보행자들은 반대편에서 다가오는 사람과 나와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 양쪽의 충돌을 잘 피해서 시간내에 반대편 자리까지 이동해야 하는 작은 게임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뉴욕의 거리의 보행자 이동에 관심을 가졌던 윌리엄 와이트는 효율적으로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더욱 복잡해 지면 오히려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찬양하기도 했는데요.

그가 발견한 사람들의 걸음의 기술중에 하나는 '약간 느리게 걷기'였습니다. 걸음의 속도를 약간 늦추면서 상대방의 이동 방향에 대해서 예상하고, 나의 방향을 알리는 것.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통로에서 각각 다른 방향에서 사람이 오고 있을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방향을 예측하고, 그 반대로 나의 진행경로를 잡아야 합니다. 이런 결정은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겠죠.


충분히 잘 예측하더라도 간혹 복도를 지날 때, 내가 선택항 방향과 상대방의 방향이 같아서(정확히는 각자의 입장에서는 반대라서) 답답한 기분을 느낀적은 누구나 한번씩은 있으실 겁니다.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 반대쪽으로 이동하면, 상대방도 그렇게 이동하고, 서너번을 반복해야 그 딜레마에서 겨우 빠져나오곤 합니다.

사실 여기서 최고의 전략중에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느리게 걷기, 혹은 그냥 멈추는 것이 될지도 모릅니다. 결국 상대방의 이동 방향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잡는 것일테고, 상대방에게도 0.1초의 짧은 시간내의 나의 이동방향을 알려줄 수 있을테니까요. 결국 상대방은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것이고, 나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면 됩니다. 사실 많은 경우 양보는 현재의 문제를 더욱 빨리 해결하게 하는, 좋은 결정이 되는건 분명한 듯 합니다.


아무튼 위와는 다르게, 스크램블 교차로나 강남역의 거리에서 처럼 훨씬 복잡한 인파속에서라면, 부딪히지 않고 걷는 최고의 전략은 앞사람을 따라가는게 될겁니다. 이것은 겨울을 나기 위해 이동하는 철새들이 대형을 갖추는 것이 더 쉽게 날기 위해서라는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새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장거리 비행을 위한 에너지를 축적하면서 비행할 수 있는데.. 보행에서도 바로 앞에 있는 사람만 따라가면, 반대쪽 사람과 부딪히게 되는 상황을 현저하게 낮추게 됩니다. 결국 걷는데 드는 많은 에너지를 낮출 수 있는거죠.

사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지켜고 있으면, 누군가 정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몇몇의 무리를 지어서 이동하는 것이 쉽게 목격됩니다. 우린 배우지는 않았지만, 앞사람을 따르는 것이 최고의 전략임을 아는걸테죠.

다시 복도로 돌아가서 사실 사람들이 부딪히지 않고 걷는 최고의 방법이 따로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최고의 전략은 바로 규칙을 만드는거죠. 흔히 하듯 좌측통행, 우측통행 등 하나의 방향을 정하고 나서 그 방향으로만 통행을 하게 되면 같은 방향의 사람간에 속도 조절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반대편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걸테니까 말이죠.


일본은 질서를 잘 지킨다고 한국에 잘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그렇긴 합니다. 최근의 서울에서도 에스컬레이터, 지하철을 탈때면 질서를 잘 지키고 있구요. 제가 대부분의 시절을 보냈던 부산(여기도 작은 도시는 아니지만)은 도쿄나 서울에 비해서는 질서를 지키는 정도가 조금 떨어집니다. 한편으로 위의 이야기과 결합해서 생각하면, 사실 질서를 지키는 것이 사람이 많지 않을 경우는 그다지 유용한 전략이 아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한편으로 도시가 커가고,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래서 규칙을 따르는게 훨씬 더 낫다고 깨닫게 되는거라 생각하면... 비단 질서를 지키는 것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보여지지만은 않기도 합니다.

사실 자유로운 사람들의 걸음과 그럼에도 그 안에서 생겨나는 질서들. 그런것들은 가만히 지켜 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한 기분이 듭니다. 사실 우리가 정해놓고 지키는 질서는 그런면에서는 다소 인공적인 느낌이 되겠군요.


(덧) 사실 복잡한 곳에서 조금만 다른 짓을 하면, 다른 사람들을 따르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람이 붐비는 횡단보도에서 앞으로 걸어가다 갑자기 제자리에 선다든지, 몸을 돌려 반대방향으로 간다든지, 주변에 일대의 혼란이 일어나거든요. 권장할만한 일은 분명 아니긴 하지만...
 

(덧2) 이 글은 별 내용이 없는데도 어쩌다보니 길어졌군요. 참고자료 '대중의 지혜(제임스 서로위키)'. 사실 나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좀 두서없이 먼저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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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정숙 2007/06/12 13:32

    스크램블 교차로?
    뉴질랜드 오클랜드시내나가니 다방향에서 교차로 건너는, 시간의 효율성면에서 좋은 아이디어죠.저도 여행가서 건너보고 새롭던 적이있습니다.
    그것을 글 로 표현하는 bk love님 .대단하십니다.

    • BKLove 2007/06/12 14:48

      ㅋ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 사람들을 지켜보고, 글을 적을 땐..
      뭔가 반짝이는 생각이 있었는데,

      막상 적으면서 좀 흐지부지되었네요 ㅋㅋ

  2. qwer999 2007/06/12 17:13

    태경님이 한국에선 차를 피해다녀야한다고 짜증내고 계시지염..

    • BKLove 2007/06/12 17:44

      '일본에서는....'
      뭐 이런 이야기는 안하시던가요?

      ㅋ 일본에 있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지금은 한국 가고싶다,, 가고싶다.. 이야기를 하지만..
      한국가면, '일본에 있을때...'라는 이야기를 할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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