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트도 혼자 술집에 간 이야기였지만, 사실 저는 술 마시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학교 다닐 때 나름 모범생이였기 때문에 고등학교때 술을 마셔본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이지만(음, 모범생이면 없어야 하긴 하지만^^), 대학에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는 일이 잦아 들었고, 체질적으로도 술에 강한 탓에 곧잘 술을 마시곤 합니다. 자랑같지만, 부모님께 감사할 정도로 술 마시고 난뒤에 주사도 없는 편이구요. 술마셔도 나름 상태가 양호합니다.

약간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면, 솔직해지기도 하고, 용감해지기도 하고, 기분 좋아지기도 하고, 슬픈 일이 있을 땐 저만치 슬픔이 멀어지는 듯 하고, 걱정이 있을 땐 걱정도 잠시 접어지고, 친구와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이렇듯 술의 장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니까... 술을 미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거죠. 내게 좋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모두 좋아할거라 생각했었습니다.

요즘은 별로 (제 주변을 둘러싼 사회적인 분위기상) 술을 권하는 일이 없긴 하지만, 학교 다닐 땐 '술을 적잖이 권했던 선배로 낙인 찍힌 일이' 새삼 기억이 나는군요. 처음 대학에 들어가서 첫 술자리부터 소주 2-3병을 마시고, 가뿐히 다음날 일어났던터라... 그냥 마시면, 되는 그런 물질 정도로 받아들였거든요.


저의 가장 친한 친구 중에 한 사람인 H양은 술은 단 한 잔도 못마십니다. 언제나 늘 말을 잘해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은 술을 아예 입에도 안대는데... 그런 사람이 가까이에 있어서 '세상 사람들 중에 몇몇은' 정말 술을 못마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하긴 합니다.

최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술을 권하는 한국 사회'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무료 다시보기) 정말 술을 못 마셔서 사회생활이 정말 힘들어 하는 사람들. 상사가 권하는 술 떄문에 회사를 옮겨야 했던 사람들. 천만원이 들더라도 술을 잘 마실 수 있는 약이 있다면 사서 먹고 싶다는 사람들. '원샷'이나 '니가 안마시면, 나도 안마셔'라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는데요.


보면서 정말 반성 많이 했습니다. '니가 안마시면 나도 안마셔'는 후배들한테 정말 많이 썼던 말이거든요. 술을 못마시는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에게는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가 없다고 합니다. 알콜은 체내에 들어오면,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됩니다. 이 1차 분해과정은 모든 사람들이 잘 진행하는데, 아세트알데히드가 초산으로 분해되는 2차 분해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의 경우는 이것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술을 잘마시는 사람과 못 마시는 사람의 차이인 것이죠. 조사 대상중에 11명의 아예 술을 한잔도 못마시는 사람들은 모두 이 알데히드 분해 효소가 아예 없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알데히드에 의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인자를 하나 이상 모두 가지고 있더군요. 특히, 아세트알데히드는 체내에서 일종의 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체내에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게 되면 알데히드 거부반응으로 상당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알데히드 분해효소가 있을 경우는 그냥 취하는건데, 아닌 경우 체내에 독성물질을 분해하지 못한채 있어야함으로 효소가 있는 경우와는 훨씬 다르게, 고통스러운 반응이 생기는겁니다. 부작용의 반응은 안면홍조, 체내에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두통, 근육통, 매스꺼움, 심할 경우 호흡곤란 등이 있습니다. 더 안좋은 소식은 이 분해 효소는 대부분 유전적인 인자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후천적인 노력(예를 들면, 술을 자주 마셔서 몸을 적응 시켜주는 행위 등)으로 개선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리하면, (체질적으로) 아예 술을 못마시는 사람한테 술을 먹으라고 하는 것은, 독을 먹으라고 하는거랑 비슷한 행동이란 의미입니다. 진짜, 이제 정말 술을 권하지 않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해봅니다.
그래도 저는 좋아하니까, 저만 조용히 시켜서 마실께요.

K군, 친구끼리 만났을 때 그냥 밥먹자고 해도,
'남자끼리 무슨 밥이냐'는 말 없이, 그냥 군소리 없이 밥만 먹을께.. 미안..
L양, 사회 생활하려면 술 한잔은 마셔야 한다고 마시게 한거 안 그럴께.. 미안..
그외의 H양, P군, L양, K군 등등 정말 미안해요.
특히 P양, 예전에 '모임에 와서는 꼭 술을 마셔야 되는거에요?'라고 했을 때.. 그때 내가 정신차렸어야 하는데..

그리고 술 (지나치게)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글 한번 읽어보세요.
주먹으로 상대방을 때리는 것만 폭력이 아니라, 술을 마시기 싫은 사람한테 술을 권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고, 술을 아예 못 마시는 사람들한테 술을 권하는 것은 간접살인이라는 말.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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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술 권하는 사회에서 '술' 즐기기

    Tracked from 포마토 이야기 2007/06/15 18:20

    내가 언제부터 술을 먹기 시작했는지 대충 기억을 더듬어 보면...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아니면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할머니의 심부름으로 누나와 함께 동네 양조장으로 막걸리를 한 주전자 받아오다가 오늘 길에 장난삼아 주전자에 입 대고 누나와 함께 한 모금씩 먹었던 기억이 난다. 도착해서 할머니가 막걸리에 사이다와 설탕을 타주셔서 또 한 사발 맛있게 먹고... 술에 대해서 전혀 금기시하지 않는 집안에서 자란 터라 술에 대해서는 호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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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qwer999 2007/05/28 10:23

    저거 제가 본 다큐멘터리중 최고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TNC에 메일링할까도 잠깐 생각했었는데. -_-;;
    기타 다른 무서운말로 마신다고 죽는건 아니다가 있지요..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근데 새벽 세시에 술마시다 사이다만 시키고 사라지셨던 bklove님이 불현듯 떠오르는건........

    • BKLove 2007/05/28 11:01

      사실 최초 작성된 글에는..
      마지막 말씀하신 부분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공개전 자체 검열에서 빠졌습니다. ㅋ

      근데, 진짜 술을 아예 마실 수 없다는게,,
      솔직히 2%.. 의심스럽기도 한데,,
      확실히 조심해야 할 듯 합니다.

  2. agrage 2007/05/28 10:48

    정말 술은 싫어라 할 수 없는 !!!!

    전 절대 술을 권하지 않습니다. 비어있는 잔이 있으면 일단 물어보고 채워주고 누가 강제로 권하면 제가 조절할 수 있는 선이면 거절하게 만들어 버린;;

    • BKLove 2007/05/28 11:00

      요즘은 술 권하는것을 자주 보진 않는데요.
      한국사회에 뿌리깊게 남아 있는 문화가 있어서..
      술을 못 마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데,
      또 그런것 때문에 다들 힘들어 하시더군요.
      참... 배려가 필요한 부분인 듯 합니다.

      사람이 따로 있으면 문제가 아닌데,
      가끔 집단이 되서, 그리고 술을 다같이 한잔하는게..
      집단의 일이 되어버리면 약간 문제가 발생하기도 할 듯 하구요.

  3. graphittie 2007/05/28 12:08

    하도 술 먹으라고 들러붙길래 안 마시고 (저의) 머리에 부어버렸더니 소문이 돌아서 그 다음부터는 절대 안 권하던데요(학교였습니다). 인간관계가 조금 망가지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친하게 지낼 친구들은 허물없이 지냈습니다. 간간히 필터링할 때 좋은 듯.(...)

    그나저나 소주가 마르니 머리결이 엄청 좋아지더라고요. 술 냄새가 많이 나기는 했지만...;;

    • BKLove 2007/05/28 12:51

      푸하하.. 근데, 왠지 graphittie님이 하셨을 행동의 장면이 머리속으로 연상되는군요.

      프로그램에서 한 사람이 군대에 가서..
      '너 술마실래? 맞을래?'하고 고참이 물어보길래..
      '맞겠습니다'라고 했다가 죽을만큼 맞았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사실 제가 생각해봐도 가끔씩은, '술을 마시는게' '어떤 집단의 단결된 행동'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참.. 잘못된 생각이고, 위험한 생각인데 말이죠.

  4. 젊은영 2007/05/28 16:16

    저를 위한 다큐멘터리인듯 하네요. 저도 술을 못 먹어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학 1학년때 선배들의 권유로 처음 마시기 시작했는데, 마시면 마실수록 주량이 줄어들더군요.
    술 마시는 주된 이유가 친구, 동료랑 깊은 이야기하기 위해서인데, 전 술 마시는 순간에 졸음이 밀려오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술 마시는 목적이 사라지는 순간이지요.

    전에 회사에서도 술 못마신다고 뭐라고 말들이 많았었는데...
    어느땐가 까스활명수 먹고 온몸이 빨개지는 걸 보더니. 그 다음부터는 술자리에서 가면 음료수를 시켜주더군요.

    개인적으로 술마시는 건 안좋아하지만, 술자리는 좋아한답니다. 한국오면 한잔해요.

    • BKLove 2007/05/29 13:09

      까스활명수에도 그런 알콜 성분이 있나요..?
      하긴 굳이 알콜 성분을 넣었을리는 만무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성분에서 같은 효과가 나올 수도 있겠네요.

      술자리 좋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ㅋㅋㅋ

  5. MZX 2007/05/28 17:08

    저도 술을 먹지 못합니다. ㅠㅜ
    회사에서도 그렇고 주변에서 술 못마신다고 뭐라하지 않고...
    이사님께서 제 술주면 제 죽는다 그러면서...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도로설계회사라 나름 그런 분위기인데도 참 이사님의 베려로 즐겁게 회사다녔습니다...
    지금은 그 회사가 없어졌지만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만나서 운동회도 하고 그때가 제일
    행복한 회사생활이었던거 같아요.

    • BKLove 2007/05/29 13:10

      말씀하신 그런 배려가 필요한 듯 합니다...
      근데 다들 아는 사이에서는 그래도 괜찮은데,

      이를테면 술이 좀 적당히 들어간 상태라든지..
      다큐멘터리에도 나온 건데,, 낯선 사람이 등장한다든지 할 때..
      문제가 생기는 듯 하더군요~

  6. 라온수카이 2007/05/28 19:08

    음... 저는 술에 취할 때쯤 되어야 얼굴이 빨개지는 스타일입니다. 그러니까 주변 사람들은 마시면서 점점 빨개지고 저는 멀쩡(!)한 것처럼 보이는 거죠. 막 제가 취하기 시작하고 얼굴이 살짝 붉어지면 주변 사람들은 "아. 이제 니가 간에 기별이 오는갑네~"라고 하지만 저에겐 적신호..;;; 하여간, 술마시는 것도 주변 사람들이랑 비슷한 게 좋은 것같습니다.^^;;

    • BKLove 2007/05/29 13:11

      제 옆에 계신분도, 이 댓글 보시더니 공감하시던데~ ㅋㅋ
      학교 다닐 때 비슷한 증상때문에,,
      고생했던 친구들이 몇 있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근데 이건 체질적으로 알콜에 대한 대사가 좀 늦어서 생기는 듯 합니다.
      (물론 정확히는.. orz..)

  7. 대륙횡단참새 2007/05/28 19:29

    소주를 혀로 핥기만해도 얼굴이 벌개지는 체질입니다..유전인데..아버지 어머니 둘다 술을 못하시거든요..술은 먹으면 는다는 통설때문에 1주일간 매일 조금씩이라도 술자리에
    자주 참석했다가 응급실 실려간적도 있구요 ㅋㅋ 그리고 술을 분해 못하는게 확실한 이유가 뭐냐하면 소변,오바이트등으로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절대 술이 깨지않고..시간이 흐를수록 붉은반점을 동반한 호흡곤란..ㅋㅋ 저번에 사원에게 술을 권할때 그 사원의 건강,종교상의 이유로 거부함에도 억지로 강권했다가 벌금 2백만원을 물게된 대법원 판결도 있었습니다..그것이알고싶다 완전 땡큐 ㅜㅜㅜㅜㅜ

    • BKLove 2007/05/29 13:14

      정말 조심하셔야 할 듯 합니다.
      먹으면 는다는 통설은 잘못된 듯..
      어느정도 마시던 사람이, 술을 마시면 적응하는 수는 있지만,
      아예 못 마시는 사람이 분해 효소가 생성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니까 말이죠.

      실제로 위 프로그램에서도..
      한 여직원이 상사에 의해서 열리는 계속된 술자리의 압력,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성추행 등등으로 고소를 해서, 3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기도 했었다고 하는군요. 그 여직원은 장출혈까지 일으켰다는... 상황이 이 정도면 좀 문제를 넘어선, 범죄상황인 듯 합니다.

  8. 장미마피아 2007/05/29 00:50

    전 실제로 그런 분 제 주위에서 딱 두분 봤습니다...그래서, 두분은 회식자리가면 콜라 1.5리터 PET 두 병을 마셔댄다는...-.-a 취한데요...

    • BKLove 2007/05/29 13:16

      헉...
      근데, 사실 이런분들은 술자리에서 술을 마셔야 하는 압박때문에,
      술자리에서 의기소침해진다고 하시는던데..

      그렇다고 한국에서는 어쨌든,,
      하나의 의사소통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에 안가고 싶어하시는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콜라든, 소주든, 양주든..
      원하는 것, 원하는대로 마시는 문화가 필요하겠네요.

      사실 제가 다니던 모임은 뭘 먹든 각자 자기것만 계산하던 문화가 있었는데,,
      불편한 점도 있지만.. 이런면에서는 장점이 되는 듯 합니다.

  9. 아도니스 2007/05/29 21:51

    제 주위 사람들은 저 포함해서 술을 다 잘 마시기 때문에 다행입니다.
    권하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마시기 때문에.ㅋ~
    그러나 무리하게 권하는 문화(?)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10. 거북이도난다 2007/06/01 11:01

    저도 먹다 보면 마지막까지 남아서 술을 먹는 사람중 한명입니다..
    늘 잔에 술이 없으면 살짝 혼자 먹는 취미가..ㅎㅎ
    먹고나서 이야기할 친구가 있는 술자리가 가장 좋은거 같네요..^^;

  11. J.Parker 2007/06/01 13:17

    우리나라의 술문화 조금은 아니 많이 변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로 BKlove님 술한잔 하시며, 사는 얘기나 해볼까요?
    언제나 대기상태랍니다.^^;

  12. lunamoth 2007/06/06 13:18

    역시 "술 권하는 사회" 부분은 문제겠지요. 강권의 잔재와도 맥이 닿아있다면 더군다나... / 그건 그렇고 일년새 저는 술이 꽤 는듯;;;

  13. 비밀방문자 2008/03/05 17:44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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