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하나. 버스 1
[오전] 버스 안이다. 덥다.
'에어컨이 나오는게 분명한데 왜 이렇게 덥지?'
뉴스에서 에어컨 때문에 냉방병이 는다고 하더니, 언젠부터인가 버스의 온도가 올라갔다.
'그 기사 쓴 기자는 분명 에어컨 바람아래에서 썼을텐데...'
누가 옆에서 중얼거린다. 음... 환청이 들리는건가?
옆을 둘러본다. 20대 후반의 한 남자가 혼자서 얘기를 하고 있다.
주위에 그 얘기를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거 같은데...
신기한 마음에 계속 쳐다본다.
'좀 이상한 사람인가? 더위를 먹었나?'
저쪽에 자리가 생겼다. 눈치 한번 봐주고 자리에 앉았다.
'아싸~'
대학교 근처를 지나더니, 버스에 사람이 많아져서 더 더워졌다.
'그래도 앉아있으니, 마음은 편하군..'
이제 본격적으로 그 사람을 관찰한다.
그 사람이 어떤 학생에게 손가락을 가르키며, 뭐라고 중얼거린다.
손가락 방향을 보니까 하얀손수건이 떨어졌있다.
'학생껀가?'
학생이 집어들고, 그 남자에게 손수건을 내민다.
그 남자는 다시 손수건이 떨어져있던 자리의 앞자리를 가르키고 있다.
'뭐지?'
그 자리에는 한 아주머니가 앉아있었고,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
'아.. 아주머니가 떨어뜨렸나보네. 근데 왜 뒷자리에 떨어뜨렸을까?'
학생은 아주머니에게 손수건을 내밀었지만, 아주머니는 자기것이 아니란 표정이다.
난감해진 학생이 갑자기 불쌍해진다.
학생은 다시 그 남자에게 손수건을 내밀고,
남자는 아주머니를 가르키기만 한다.
이상한 표정으로..
진짜 난감해진 학생. 손수건을 떨어져있던 그 자리에 다시 가져다 놓는다.
남자는 다시 학생을 툭툭 치며 손수건을 가르킨다.
학생은 다시 손수건을 집어들고, 남자에게 건네지만..
남자는 이제 또 다시 앞자리의 아주머니를 가르키고 있다.
당황한 모습이 이제 아주 뚜렷해진 학생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손수건을 과감히 버스 바닥에 던진다.
그러고 학생은 저만치 그 남자에게서 떨어졌다.
'저 남자 도대체 왜 그런걸까?'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손수건을 바닥에 떨어져있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승객들은 모두 썰렁해지고..
갑자기 에어컨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피소드 둘. 버스 2
[저녁] 다시 버스안이다. 사람이 없어서, 내가 좋아하는 제일 뒷자리에 앉았다.
뒷자리에는 의자를 발로 차는 사람도 없고, 조용하기도 하고, 잠을 자기에도 편하다.
시원하기도 하고, 옆에 사람이 없다면 아주 넓게 갈 수 있기도 하다.
내가 탈 때 뒷자리 5개가 모두 비었다면, 내가 앉으면 남은건 4개.
1. 커플이 탄다면 나랑 반대쪽 끝에 앉을 것이고..
앞쪽에 빈자리가 있을 때, 더이상 뒷자리에 앉지 않는다.
커플 바로 옆에 어색하게 앉거나, 아니면 내 옆에 어색하게 앉아야 하니까.
뒷자리는 3명만 앉게 된다.
2. 누군가 혼자서 탄다면, 반대쪽 끝에 앉을 것이고.
그 이후에 커플들은 둘만 앉을 수 있는 자리에 앉으려 하기 때문에..
그 다음에 앉는 사람, 역시 대부분 혼자 타는 사람이다.
결국 뒷자리는 3명만 앉게 된다.
3. 셋이 탄다면, 반대쪽 끝에 붙어서 앉게 되고,
뒷자리는 4명이 타게 되겠지만.. 결국 내 옆자리는 비어있다.
맘 편히 뒷자리에 앉았고, 잠을 한숨 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두 정거장 쯤 지났고, 눈을 감고 있는데 누군가 내 옆자리에 앉는다.
몸집이 좀 큰 남자다.
눈을 떠서 옆을 보니, 다름 아닌 다정해 보이는 커플이다.
'젠장.'
나와 반대쪽 끝에 누군가 앉아 있어서 남은 자리는 가운데 3개.
앞쪽을 둘러보니, 빈자리는 아주 많다.
'이 사람은 왜 내 옆에 붙어서 앉으려고 하는걸까?'
덩치 큰 남자 덕분에, 자리가 아주 비좁아졌다. 불편하다.
'하필...'
그런데... 바로 그때...
이 남자와 여자, 가방에서 무언가 주섬주섬 꺼낸다.
종이에 쌓여있는 것을.. 다름 아닌 김밥 한줄이 곱게 종이에 쌓여있다.
'헉... 김밥 먹을려고 뒤에 앉았구나...'
김밥을 먹는다. 버스에서 김밥을...
관광버스도, 고속버스도 아닌, 일반 버스에서 김밥을 먹고 있다.
그것도 여름이라, 에어컨 때문에 아무도 창문을 열어 놓지 않고 있는데..
커플은 다정하게 한개씩 입에 넣어줘가면서 사이좋게 먹기 시작한다.
냄새는 순식간에 버스 구석구석 파고들고..
김밥 냄새는 먹을때는 잘 모르지만, 사실 음식 냄새중에 아주 강력한 편이다.
괜히 옆자리에 앉은 내가, 앞사람들에게 부끄러워져서 다시 눈을 감았다.
바로 그때...
'꿀꺽...' 침이 목에 넘어간다.
진짜 배가 안고팠다. 김밥을 먹고 싶은 생각을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 몸은 냄새에 반응하고 있고, 그 소리가 옆사람한테 들릴까봐 당황스럽다.
'제발 빨리 먹기나 해라..'
눈을 감고 있는데, 종이를 싸는 소리가 들린다.
'휴...'
옆을 쳐다보니, 하나를 접더니, 다시 새로운 종이를 꺼내고..
또 김밥이 한 줄 들어있다.
'뭐냐...'
다시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운다.
'잠이 들어라.. 잠이 들어라..'
에피소드 셋. 지하철
지하철. 난 지하철을 아주아주 좋아한다.
버스 보다 백배 천배.
택시 보다도 백배 천배.
승용차 보다도 백배 천배..
오늘 평소에 잘 타지 않는 버스를 두 번 탔고..
이상한 일들만 있어서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이제 지하철 다니는 곳은, 꼭 지하철만 타야지'
친구들은 버스를 타면 '주위 풍경을 보면서 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지만,
난 지하철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고 가는게 더 좋다.
버스, 택시에서 용기내서 책을 읽으면, 돌아오는건 멀미의 매스꺼림 뿐이다.
책을 읽고 가면, 보통 한 시간 지하철 타는 것은 오히려 즐겁기까지 하다.
차막힐 염려도 없고.. 시원하고.. '이보다 좋을 순 없다'라니까..
종착역에서 탄 지하철이라, 사람이 별로 없고 에어컨도 시원하다.
'이제 좀 살 것 같네..'
버스를 탄 곳은 노포동이라는 곳이다.
노포동은 서울을 비롯,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부산을 오기 위해서..
거치는 고속버스터미널이 바로 옆에 있어서, 타지역 사람들이 많다.
주위를 들러보니, 역시나 큰 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여름이라고 해운대 보러오나?'
우리집에서는 해운대까지 지하철로 대략 10-15분이 걸리고,
버스를 타도 보통 15분 이내에는 갈 수 있는데..
여름에 해운대에 가본게 손에 꼽을 정도이다.
도대체 뭐 볼게 있다고, 서울에서 해운대에 오는 것인지 이해가 안간다.
누군가를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너 왜 해운대 오냐? 차비로 다른데 가지 않고? 바다는 계속 그냥 바다야'라고..
그냥 마음으로만 물어본다.
주변을 무시하고, 이어폰을 끼고, mp3플레이어를 Play시키고,
책을 꺼내 들고, 한장 두장 읽어간다.
한 정거장, 한 정거장을 지나칠 때마다 사람들이 조금씩 많아지는게 느껴진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어떤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뭐라 또 중얼거린다. 이번엔 앞 뒤를 돌아다니면서...
신기한 마음에 mp3를 정지시키고, 쳐다본다.
혼자 뭐라 중얼거리고 있는 도중에.. 지하철이 멈춰섰다.
지하철 한 칸에 문은 총 세 개.
앞쪽에 서있던 이 남자, 열린 문으로 무언가 던진다.
'뭐지? 폭탄인가?'
빠르게 중간 문으로 이동한 남자.
다시 던진다. 자세히 보니까 쓰레기다.
'뭐냐? 쟤는 또..??'
또 뒷문까지 이동에 성공하고, 비닐로 된 쓰레기를 던진다.
'아.. 오늘 하루 종일 진짜 이상하네..'
지하철은 움직이고, 다음 역에 섰다.
남자 이번엔 앞문으로 종이를 던지고 있다.
'진짜 세상에 특이한 사람 많구나..'
손을 보니까, 더이상 던질게 없나보다.
'그래도 다행이네.'
남자는 이제 손에 PET 생수병을 하나 들고 있을 뿐이다.
'설마 저건 안던지겠지.'
남자, 중간문으로 빠르게 이동하더니..
예상과 달리 PET병을 강력하게 던진다. 탁.. 탁...
시끄러운 소리가 지하철의 분위기를 깬다.
모두들 그 남자를 쳐다보지만..
당당하게 빈자리를 찾더니 그냥 앉아버린다.
뭐라 혼자 또 중얼거린다.
'휴...'
이제 내려야 한다. 오늘 왜 이리 이상한 일이 자꾸 생기는거지.
이게 다 날씨 때문일까?
더위가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나 보다.
지하철역을 빠져 나오니, 빗방울이 한방울씩 떨어지고 있다.
'이제 좀 제발 시원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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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하. 첫번째 에피소드 재밌네요. 그때의 버스 안 상황이 그려집니다.
진짜 분위기 싸~ 했습니다~ ㅋㅋ
불쌍한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