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꺼내는 문제는 남성과 여성의 어떤 차이점을 말하고자 시작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꺼내려는 이야기의 발단은 제가 즐겨보는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의 600호에 나온 한 기사때문입니다. 이번 600호의 표지기사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였는데요.


가부장의 외로운 짐 대신 ‘나 자신’으로 살겠다고 선언하는 남자들
여성과 남성의 자리에 대한 두터운 편견을 깨고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다


타이틀이 전하고 있듯이.. 시대가 변해가면서 변하고 있는 한국의 남성에 대한 기사입니다.
가부장의 권위가 무너지고, 남자들이 과거의 틀을 깨뜨리고 거의 새롭게 태어나는 수준에 이르는 현실에서.. 과연 한국사회에서 남성성은 무엇이고, 가부장의 권위는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또 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실제 경험, 기자의 이야기, 그리고 몇몇 사실, 전문가의 의견까지 포함해서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이게 정말이야?"라고 놀라게 된 것은 두 부분입니다.
(ps. 기사 전체에 대한 내용은 맨아래의 링크를 따라가서 보시기 바랍니다)


#1. ....‘썰렁한’ 아버지들일수록 자녀들과의 관계에서도 ‘썰렁한 착각’을 하게 된다. 여성가족부가 3월2일 발표한 ‘2005년 전국 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아버지의 50.8%가 “자녀가 고민이 생길 경우 가장 먼저 나와 의논한다”고 답했다. 또 65.8%의 아버지가 “자녀와 허물없이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자녀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아버지와 고민을 나눈다”는 자녀는 4%밖에 되지 않았다. 아들의 경우조차 ‘아버지를 상담자’로 여기는 이들은 6.6%에 그쳤다.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청소년의 60.1%가 “아버지와 대화가 부족한 편”이라고 답했다. 이쯤 되면 ‘화성 아버지, 금성 자녀’ 수준이다....

:: 이 부분에서 갑자기 한숨이 나옵니다. 저는 아직 "아버지"는 아니고, 그냥 "아들"입니다.
다행인 것은 저는 그래도 아버지와 대화가 자주있는 편이라는 것입니다. 그나마도 군대를 다녀온 이후 변화된게 아닌가 싶네요. 무언가 아버지와 얘기를 할 만큼 제가 (공식적으로?) 어른이 되었다는 것도 있고, 아버지와 마주앉아서 소주 한잔 마실 수 있게 된 이후이죠. 하지만 그런 저로써도 자주등장하는 얘기는 "사회"와 "가정 안"의 문제일 뿐.. 제 개인적은 고민을 먼저 얘기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한번씩 대화의 주제로 등장하긴 하지만요.



더 안타까운 이야기는 두번째 등장하는 부분입니다.
조금 길지만 그 단락 전체를 옮겨와 보겠습니다.

“세계보건기구(WTO)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여러 국가들의 연령별 남녀 사망률을 한데 모은 그래프가 있다. 어느 나라든 남성의 사망률이 여성의 사망률보다 훨신 높다. 특히 ‘번식 적령기’인 20대와 30대에는 남성 사망률이 여성 사망률의 무려 세 배에 달한다. 통계자료를 제공한 거의 모든 나라가 한결같이 똑같은 현상을 보인다. 어느 나라든 남녀의 사망률은 비슷하게 시작해 20대와 30대에 엄청난 차이를 보이다가 40대로 접어들며 점차 비슷해진다. 그런데 그곳에 실로 ‘엽기적인’ 사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프에서 유일하게 40∼50대로 들어서며 남성의 사망률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나라가 하나 있다. 대한민국이다. 전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 40대와 50대 남성들의 목숨이 가장 파리 목숨에 가깝다.… (‘소모품 인간사회’에서) 실질적인 이득도 별로 없는 허울뿐인 가부장 계급장을 떼내면 정말 편해지는 건 남성들이다. 우선 사망률부터 평균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다. 남성도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속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지만, 여성과 달리 피해자이기 이전에 가해자이며 어떤 의미로는 수혜자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남성들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벗는다는 뜻이 아니다. 여성과 남성이 함께 짐을 나눠진다는 뜻이다.”(최재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중에서)

이 부분은 책에 등장하는 부분을 기사에 옮긴 부분인데요. 보고 잠시 멍~ 했습니다.

(ps. 기사 전체를 가져온다고 오타까지 옮겨왔지만..
첫 줄의 세계보건기구는 WTO가 아니라 WHO이죠. 아마 '오자'인가 봅니다.)

그리고 '정말 그런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봤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찾아봐도 관련 그래프를 찾을 수가 없더군요. ^^!!
검색어를 이리저리 바꿔보니까 관련된 데이터는 나오는데 그래프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ps. 제가 입력한 검색어는 Death rate, Mortality Data, Life Table등이였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가져다가.. 살짝 엑셀에 넣어서 제가 그래프를 만들어봤습니다. 결과는 역시 충격적이였습니다. 제가 참고로 삼은 자료는 "LIFE TABLES FOR 191 COUNTRIES: DATA,
METHODS AND RESULTS"라는 제목의 PDF파일이였습니다.


별다른 편집없이 그냥 데이터만 옮겨왔는데, 자료에 있었던 191개국중에서 제가 참고로 삼은 나라는 선진국이라고 할 만한 나라들이였습니다. 캐나다, 영국, 한국, 이탈리아, 미국.. 이렇게 5개국이였죠. (1999년을 기준으로 한 통계입니다.)

자료에서는 여러가지 수치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제가 통계를 전공한게 아니라.. 다른 수치는 제외하고.. 그나마 알만한 수치 하나만 가지고 계산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그래프는 아래와 같습니다. 잘 안보이시면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제가 이용한 수치는 1999년을 기준으로 하는 생명표(Life Table)에서 100,000명를 시작으로 해서 나이에 대해서 남아있는 생존자 숫자입니다.)



다른 그래프는 거의 비슷한 분포를 유독 딱 하나의 그래프만 급격히 떨어지고.. 그렇게 갑자기 벌어지는 시기는 40세를 지나면서 입니다. 위에 기사처럼 그 문제의 그래프는 "한국의 남성"에 해당하는 그래프입니다. 인구의 사망률을 다루는 Life Table같은 자료는 단시간내에 조금은 적은 자료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슬퍼지는 군요.
도대체 한국의 남성 40대에는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그래프를 좀 정리하자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여준 것은 이탈리아 여성이고.. 한국 여성 역시 남성처럼 여성들중에서는 5개 나라중에서는 최저값이였지만, 가장 높은 남성인 캐나다의 남성보다는 높았습니다.


한국 남성의 그래프가 더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다른것과는 너무도 눈에 띄게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한국 45세의 남성중 생존한 숫자는 이탈리아 여성의 65세때 생존 숫자와 거의 비슷합니다. 이탈리아 남성에 비해서도 이탈리아 남성이 55세가 지난 후에야 비슷한 수치에 접어드는군요.


저는 통계전문가가 아니라서 제가 뽑아낼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입니다.

갑자기 한국의 아버지들 어깨가 좁아보이는건 저 뿐인가요..?
부디 대한민국의 아버지들께서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통계나 자료는 앞으로 얼마든지 바뀔수 있는거니까요.

부디 조금 "권위"는 저만치 밀어두시고 조금은 힘을 빼시고..
너그럽고 다정한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다가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족들에게 필요한건 아버지의 "권위"보다는 "사랑"이니까요.


( 그래프 더 보기 :: 통계청 제공 2003년 생명표(Time Table)기준 자료 )




(덧.. 혹시 WHO에서 진짜 바로 볼수 있는 그래프를 찾으신 분은 알려주세요.)
* 한겨레21 http://h21.hani.co.kr
* 한겨레21中 관련 기사 바로가기 <=로그인 필요
* 세계보건기구(WHO) http://www.wh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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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른이 된다는 것..

    Tracked from 달룡이네집 2006/03/18 13:13

    살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을 가끔 느낄때가 있습니다.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그럴때도 있고..여러 순간에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더군요.. 그중에서 제일 깊게 생각이 들때는 부모님을 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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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주보면 2006/03/17 21:57

    그냥 들려오는 풍문으로만 알고 있던 걸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하고 나니 약간의 충격이...... 갑자기 아버님께 잘해 드려야 겠다는 생각도 들구요. 휴~ 착잡하군요.

    • BKLove 2006/03/17 22:06

      그러게요..
      저도 그냥 한번씩 40대 사망률이 높다는 얘기는 알고 있었지만.. 그건 전반적인 남성40대의 경우인줄 알았는데.. 유독 한국에서 이렇게 심하게 차이가 날줄은 몰랐습니다.

  2. 형준 2006/03/18 10:22

    bk님께서는 싸이의 '아버지'라는 뮤직비디오를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군대에 있을 때에 보면서 정말 눈물이 나올 뻔 했습니다...
    돈에 맞어 얼굴이 찢겨지면서 집을 이끌어 가는데
    나중에 정작 뒤돌아보면 집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정말 보면서 아버님께 한 없이 불효를 저지른 제가 부끄러워지면서
    아직까지 아버님을 편하게 대하지 못하는 제가 원망스러워질 뿐입니다...
    아버님께서는 술을 참 좋아하시는데...
    제가 술을 하지 못해서 술친구도 해드리지 못합니다...
    훗날... 후회하기 전에 하루 빨리 잘 해드려야 되는데...
    돌아가신 다음에 금으로 묘를 만든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 전에 작은 사소한 것이라도 많이 챙겨드려야 될텐데...
    안 그래도 아버님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bk님 덕분에 통계자료까지 보게 되네요^^
    자료에 감사드리며 표까지 만드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처음에 bk님의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 괜찮은 것같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잘못 봤군요....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 정말 좋은 사람이네요~ ^-^

    • BKLove 2006/03/19 10:52

      ^^!! 이렇게 칭찬을 해주시다니..

      저도 저 그래프를 보니까 마음이 무겁더군요..
      더 잘해야겠습니다~

      미국으로는 언제쯤 넘어가시나요??
      필리핀에 저도 한번 갔음 좋겠습니다 ㅋㅋ

  3. 달룡이네집 2006/03/18 13:17

    위의 그래프의 원인은 한국 사회를 보면 그런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캐나다에 1 년간 머물렀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느낀 점은 여유였습니다.

    바쁘다는 핑계와 발전, 도약, 전진, 목표 달성 이라는 미명아래, 여유를 팔고 있는거 같습니다.

    사실 저 부터도 그런거 같습니다.
    조금씩 느긋해 질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가 조금씩 여유를 갖는다면, 저 그래프도 지금 보다는 더 완만해지지 않을까 합니다..ㅎㅎ

    정말 부모님께 효도 해야할거 같습니다...어제 부모님이 병원에 오셨는데..전화도 한번 못했습니다...쩝..

    • BKLove 2006/03/19 10:54

      그러게요.. 저도 거의 비슷합니다..
      우리나라가 좀 여유가 없긴 했었죠..

      워낙 바쁘게 달려왔으니..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정작 가장 바쁜 아버님 세대는..
      그렇게 바쁘게 달리느라..
      미처 변화를 맞이하지도, 그렇다고 거부하지도..
      못하고 사시는게 아닌 생각이 듭니다.

      저 그래프 다시 합쳐지길 기도해봅니다..

  4. 한국주부 2007/02/08 12:53

    글쎄요..저는 한국중년여성으로 한국남자들의 먹구살기위해 앞만보고 달려온노력에 대해 폄하하진않습니다..의식주를 해결한다는건 기본적이고 매우 삶에 중요하니까요..문제의 관점은 바쁘건 안바쁘건간에 그외의 것들도 사실은 인생에 있어 중요한데 돈을번다는건만으로 다른모든것에 대한 소홀함이 뭐든면죄부가 될수있다고 생각진않습니다..아이들과 관계 아내와의관계 사실은 긴세월을 볼때 매우중요하고 우선순위에있어 뒤지지않는데 그들과의 관계를 좋게할시간도 마음도 그다지없다는게 문제라고봅니다.언제나 자기내키는대로 ..배려란걸생각해볼여유도없이..돈벌어왔으니까 그걸로됐어...그렇게자라온배경과 무관치않습니다..아이들도 사고할만큼 커져버리고 아내도 더이상기대안하고 어느날갑자기 가장에게시간적여유가생겨 아버지노릇좀한다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를원한다고하는데 이미 손을뻗기에 다들멀리가있는지도 모릅니다..언제나 기다려주진않습니다...그런시간들을 이미 오래전에 바래왔지만 이제 참견이나 관심안가져주는게 더편한삶에 이미익숙해진지 오래되었으니까요...한국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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